1. 오스만 제국(1299–1922)의 수도이자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1453-1922)은 그리스 시기에는 비잔티온(기원전660-330년), 로마 시절에는 콘스탄티노폴리스(330-1453)라고 불렸다. 약 2600년 동안 수도였던 도시다. 세계에서 이만큼 오래 수도였던 도시는 없을 것이다.
서울(1394-현재)은 6백년이상 조선과 대한제국과 한국의 수도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이름은 더 그보다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 중 신라(기원전57-953)의 수도 ‘서라벌’이 서울의 어원이기 때문이다. ‘서라벌’이 ‘서울’로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서울의 역사는 1천6백년쯤 된다.
2. 이스탄불과 서울은 각각 터키와 한국의 최대도시이다. 이스탄불의 인구는 약 1천4백만, 서울의 인구는 약 1천만 명이다. 터키의 인구가 8천만 명, 한국의 인구가 5천만 명쯤 되니까 두 도시는 모두 전체 인구의 20% 내외가 모여 사는 메갈로폴리스이다. 인구로 보면 이스탄불은 세계 5위, 서울은 18위이다.
3. 비잔티온(Βυζάντιον)은 그리스의 도시국가 메가라(Μέγαρα)의 왕 비자스(Βύζας)의 이름을 딴 것으로 ‘비자스의 땅’이라는 뜻이다. 비잔티움(Byzantium)은 비잔티온의 라틴어식 이름이다. 라틴어 콘스탄티노폴리스(Constantinopolis)는 이를 로마제국의 수도로 삼은 황제의 이름을 딴 것으로 그리스어 콘스탄티누폴리스(Κωνσταντινούπολις)를 라틴어로 번역한 이름이다.
이스탄불(İstanbul)도 그리스어 ‘에이스 텐 폴린’(εἰς τὴν Πόλιν)에서 나온 이름인데, ‘그 도시로’라는 뜻이다. 인근 지역 주요 도시는 콘스탄티노플 밖에 없었으므로, ‘그 도시’란 곧 콘스탄티노플을 가리켰다.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물론, 터키인들도 그렇게 불렀다. (요즘 뉴요커들이 뉴욕을 그냥 ‘더 시티(the City)’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서울은 고려시대엔 한양, 조선시대엔 한성이라고 불렸다. 둘 다 ‘한강의 도시’라는 뜻이다. ‘서울’의 어원인 ‘서라벌’은 나라 이름 ‘신라’의 어원과 같고, ‘새로운(사라-->서라) 들판(벌)’이라는 뜻이다.
서라벌은 1천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그 말은 ‘수도’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이라는 말은 ‘한국의 수도’라는 고유명사이자 ‘한 나라의 수도’라는 보통명사로도 쓰인다. 그래서 ‘터키의 서울은 앙카라다’라는 말도 맞는 말이다.
이스탄불은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지만, 서울은 고유명사가 보통명사가 된 것이다.
이스탄불과 서울은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의 수도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이스탄불은 이름이 바뀔 때마다 나라와 함께 민족이 바뀌었지만, 서울은 나라가 바뀌어도 민족은 그대로였다.
4.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하기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이다. 각각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표 사원이다. 블루 모스크는 지금도 예배의 장소이지만 하기야 소피아는 성당에서 모스크를 거쳐 지금은 박물관이다. 이스탄불에는 3천개 이상의 모스크가 있다고 한다.
이스탄불과는 달리 서울에는 뚜렷한 대표 건축물이 없다. 광화문이나 남대문 정도? 삼국과 고려는 불교 국가, 조선은 유교 국가였기에 사원과 서원이 많기는 했다. 그러나 불교 사원과 유교 서원들은 대부분 산 속이나 지방에 있다. 한국에는 천년 이상 된 불교 사찰이 많지만 전국의 명산에 퍼져 있는 편이다. 또 유명한 유교 서원도 대부분 지방에 있다. 유명 사찰은 서울에도 몇 개 있지만 서원은 모두 지방에 있다.
6. 1923년부터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다. 행정 편의와 인구 분산을 위한 조치였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도 행정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는 시도가 두 번 있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2000년대 초반에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 수도 이전을 시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에게 암살당하는 바람에 계획을 시행하지 못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과 법원의 저항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2017/2/12, 조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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